초화화
초화화 낯설지 않다 꽃분홍 다섯 잎 그 속 노란 수술 오밀조밀 초롱초롱한 암술 하나 나와 다정스레 눈맞춤하고 있다 설렌다는 말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꽃잎 열 때까지 기다림의 순간이 설렜었구나 나는 귀도 없는 초화화 앞에서 떨리고, 보드라운, 숨소리 들리는 거리에서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로 수다를 떨고 가녀린 꽃대 끝 초화화는 더욱 발개지고 이따금 가는바람에 몸 끄덕여 맞장구친다 꽃 핀다는 말 흘려들었는데 너를 보고 맘속 웃음꽃 피고서야 꽃 핀다는 거룩한 말 다시 새긴다 한 시절 우리에게도 아슬아슬한 꽃대궁 끝에 피워 올린 한 송이 초화화 같은 청춘이 있었기에. [시하늘 97호 2020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