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위
솔숲 젖무덤 같은 동산에 들어서면
돌옷 두른 바위 속 둥글고 오목한 알들이
옛 여인의 간절한 소망을 간직한 채
수 천 년째 잠잠 부화 중이다
구름 걷힌 밤이면 아기별 영혼이
시나브로 깃든다고도 하는데
옛 여인들이 돌로 문질러서 낳아 놓았다는
저 둥글고 오목한 알들
호젓한 시간 솔바람에 귀 대면
수 천 년 전 여인의 내밀한 기도 소리가
마을을 감싸는 불빛처럼 떠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이시여'
알 위로 얼비치는 까만 눈동자
오롯한 삶을 간구하던 한 생(生)이 읽힌다.
김진환
[두레문학 2015 상반기 제1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