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국
가을걷이 끝난 논둑에 산국이 피었다
단 한마디 수사도 없이
정갈한 얼굴로 하늘을 우러르고 있다
언 땅의 냉기와 광풍의 날 건너 왔을
산국의 향기
농부의 낫 끝도 차마 비켜 갔을 것이다
햇살 아래
산국 품속 파고드는 나비들
젖 물려주던 내 엄마 얼굴처럼
산국이 환하게 빛난다
요란스레 소리 내지 않아도
이토록 향기로운 삶이 우리 곁에 있는 것을
산국 앞에 잠시 무릎 꿇는다
한 시절 부끄럽게도 나는
얼마나 많은 아픈 말들
내 가슴을 향해 뱉어 왔던가
[2017 가을 시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