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앓이/최현선 시(詩) 앓이 최현선 언제부터인가 병을 앓고 있다 이 휘귀병은 시를 통해서만 세상을 볼 수 있고 시를 통해서만 세상을 들을 수 있어 나의 세상은 시(詩) 안에 갇혀 있다 쓴 약도 아픈 주사도 이 병을 치료할 수 없어 날이 갈수록 증세는 더욱 깊어질 뿐이다 의사는 춘향의 목에 씌워진 형.. 다시 읽고 싶은 시 2013.04.06
분수(噴水)는/김시종 분수(噴水)는 김시종 시(詩)가 마다하는 동전을 분수(噴水)는 넙죽넙죽 받아 먹는다 분수 밑에 소복히 쌓인 동전 가난한 시인이 주워 갔으면 시인이 동전을 주워간다면 동전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시가 태어날텐데. [문예사조 2011년7월호에서 담음] 다시 읽고 싶은 시 2011.07.12
그림자/명세희 그림자 명세희 오늘도 조용히 뒤를 따라 나섭니다 저 앞에 있는 당신에게 부끄러움 들키기 싫어 조용히 뒤를 따릅니다 앞만 보고 가는 당신이 어쩌면 야속하기만 합니다 뒤를 돌아봐주지 않는 당신이 서운하기만 합니다 당신의 분신에게 손을 뻗어 어루만져 보고 머릿결을 매만져 보고 천하장사 부럽.. 다시 읽고 싶은 시 2011.07.12
드럼/이혜성 드럼 이혜성 둥근 통과 금 접시들이 한데 모여 합체로봇처럼 하나의 악기를 이룬다 비슷하게 생긴 통, 접시들이 내는 하나하나 다른 소리들 쉴새없이 맞고 또 맞으면서도 나 옆엔 너, 너 옆엔 나 다닥다닥 붙어 앉아 서로가 서로의 아픔을 감싸고 신음을 보덤어 소리를 만든다 한이 맺혀야 소리가 난다.. 다시 읽고 싶은 시 2011.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