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
이혜성
둥근 통과 금 접시들이 한데 모여
합체로봇처럼 하나의 악기를 이룬다
비슷하게 생긴 통, 접시들이 내는
하나하나 다른 소리들
쉴새없이 맞고 또 맞으면서도
나 옆엔 너, 너 옆엔 나
다닥다닥 붙어 앉아
서로가 서로의 아픔을 감싸고
신음을 보덤어 소리를 만든다
한이 맺혀야 소리가 난다는 서편제처럼
얻어맞는 아픔을 알아 노래하는 이들
혼자의 신음만으로는 불가능한 것
함께 아프고 함께 안아주고
그렇게 눈물로 연주하는 것이다
그것도 또 저 혼자만으로는
음악을 빚어내지 못하는 드럼
다른 악기들의 선율이 갈 길을
밝혀 주는 지표가 되어
어우러져 같이 춤추어야 하는 자리
누구도 그를 조연이라 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 함께여야 하는 악기
공동체, 드럼의 또 다름 이름에서
우리 삶의 지표를 본다.
[문예사조 2011년7월호에서 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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