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명세희
오늘도 조용히 뒤를 따라 나섭니다
저 앞에 있는 당신에게
부끄러움 들키기 싫어
조용히 뒤를 따릅니다
앞만 보고 가는 당신이
어쩌면 야속하기만 합니다
뒤를 돌아봐주지 않는 당신이
서운하기만 합니다
당신의 분신에게
손을 뻗어 어루만져 보고
머릿결을 매만져 보고
천하장사 부럽지 않은 어깨에
잠시 기대어
당신의 숨결을 느껴 봅니다
오늘은 뒤를 봐줄까
실잠자리 날개를 잡는 마음으로
오늘도 조용히
그 뒤를 따라나섭니다.
[문예사조 2011년7월호에서 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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