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몇 뼘 되지 않은 꽃밭에 심어둔
고사리가 어린순을 내밀었다
가는바람에도 꺾어질 듯 흔들리며
한나절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며 키를 키운다
아침에 물 주고 저녁에 들여다보는
성급한 마음 나무라기라도 하듯
기다리라 눈짓하는 어린 고사리
바람의 운율에 몸을 맡기고
빛의 향방을 따라 조금씩 내공을 쌓는 저 몸짓
어쩌면 어린 몸이 저리도 형형할까
기우는 하늘을 떠받치려는 듯
꼭 쥔 두 손 조금씩 펴는 어린 고사리
우리도 저토록 싱싱한 날 있었을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