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한 시

고사리

김진환 시인 2020. 10. 18. 16:50

고사리

 

몇 뼘 되지 않은 꽃밭에 심어둔

고사리가 어린순을 내밀었다

가는바람에도 꺾어질 듯 흔들리며

한나절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며 키를 키운다

 

아침에 물 주고 저녁에 들여다보는

성급한 마음 나무라기라도 하듯

기다리라 눈짓하는 어린 고사리

 

바람의 운율에 몸을 맡기고

빛의 향방을 따라 조금씩 내공을 쌓는 저 몸짓

어쩌면 어린 몸이 저리도 형형할까

 

기우는 하늘을 떠받치려는 듯

꼭 쥔 두 손 조금씩 펴는 어린 고사리

우리도 저토록 싱싱한 날 있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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