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한 시

몽상가 일기

김진환 시인 2020. 10. 18. 19:32

몽상가 일기

 

몽상가는 몽상가

나무가 눈을 틔우고 또 다른 분신을 만들어 가듯

파도가 파도를 만들어 백사장 무덤으로 들어간 뒤

사랑이 사랑을 낳고 미움이 미움을 키우는 동안

슬픔이 슬픔을 낳고 걱정이 걱정을 키우는 동안

생각에 생각을 쌓아 올리다 무너지는 생각들이

갯바위 앞에서 소용돌이치는 오후 1시

개울을 건넌 고양이가 젖은 털을 말리며

가죽 목걸이를 한 강아지를 향해 머리를 갸웃거린다

쓰레기통을 뒤지던 우울한 생각에 젖어 있을까

생각이 거미줄에 걸린 바람처럼 흔들리며

몽상 속으로 깊숙히, 깊숙히 빠져드는 저녁,

어제처럼 먼 산이 어둠에 잠기고

벼린 칼날 같은 자동차의 눈알들이

어둠을 뚫고 무수히 돋아나 검은 밤을 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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