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한 시

친구야 희망은 있네

김진환 시인 2011. 7. 24. 14:07

친구야 희망은 있네 

포도 나뭇잎 바람에 떨리듯
잡은 술잔을 떠는 친구야
비닐하우스로 지은 거봉 포도 농사가
태풍으로 폭삭 망해 빚더미만 불었다고 
견고하리라 믿었던 삶이 한순간에 허물어졌다고 
눈물 훔친 손으로 술잔을 잡은 친구야
울지마라, 울지마라 친구야
꽃이 핀다고 다 열매 맺는 건 아니잖아 
열매 맺는다고 다 영그는 것도 아니잖아 
영근 열매라 할지라도
모두 싹 틔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때가 되면 또다시 꽃이 피듯 
상처는 아물고 용기는 생기는 것
친구야 
우리 희망은 마음속에 있네 
비 내리는 깜깜한 이 밤도 
저 비구름만 벗어나면 무수한 별이
우리의 희망처럼 빛난다네.

김진환
 
[한국문예사조문인협회 2008년 사화집 예혼(藝魂)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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