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
아버지가
소 몰고 논밭으로 나가셔서
쟁기나 써레질하실 때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솜씨였지
아버지는
소보다 힘이 세고 일도 잘한다는 말에
경운기 몰고 논으로 가시다가
개울에 머리가 처박히고선
두 번 다시 경우기를 몰지 않으셨다
아들은
컴퓨터 부품을 잘도 조립하는데
나는 화면 캡처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해
쥐난 머리 감싸 쥐고
다정하게 아들을 불렀다
전설 속 할아버지가
사랑채 툇마루에서 곰방대 물고
자못 엄숙하게 내려 보고 계신다
천금 같은 한 말씀 하시고 싶은 가 보다.
김진환
[문예사조 2010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