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길
야트막한 산길 따라 한참 걸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
이리저리 치이며 살아온 날의 생채기처럼 아리다
낙엽이 바람 타고 날아오른다
한 줌 햇살 향해
허공에 발 디디려 애쓰던 간난한 시절이
그리워서만은 아닐 것이다
발걸음이 길바닥에 자꾸만 달라붙는다
햇살 떨어지는 떨기나무 사이로
춘란 몇 포기 보인다
언 땅에서 봄을 기다리며
푸른 빛을 잃지 않고 있다
싱싱하게 살아 있다는 뿌리의 신호다
갱년기의 겨울
냉혹한 시간을 지나서 벼랑 끝에 서 있다
쓰러진 마른 나무가 서 있는 나무에 기대어 있다
다박다박 걸어온 길이 가마득하게 보인다
혼자서 조촘조촘 걸어가야 할 가마득한 저 길
희망은 우리 살아서 꿈꿀 수 있지 않은가
바람이 분다
나무 사이를 지나온 바람이
움츠린 겨울 숲을 흔들어 깨운다.
[문예사조 2013년 사화집 남산골 글숲의 향기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