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적 없어도
뻐꾸기는 뻐꾹 뻐꾹 울었다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왠지
파랑새가 파랑 파랑 울 것만 같은 날
뒷산 늙은 소나무에 기대어
거칠게 갈라진 껍질 사이로 끊어질 듯 이어진
시간의 고랑을 거슬러 오른다
이따금 망각의 숲 어느 모퉁이에서
반딧불처럼 다문다문 빛나는 옛 그리움
초등학교 때 패랭이꽃 닮았던 그 애
그 애 가슴도 내 가슴처럼 두근거리기나 했을까
초등학교 이후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사라진 무지개의 잔상처럼 아슴하네.
김진환
[월간 문예사조 201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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