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앓이
최현선
언제부터인가
병을 앓고 있다
이 휘귀병은
시를 통해서만 세상을 볼 수 있고
시를 통해서만 세상을 들을 수 있어
나의 세상은
시(詩) 안에 갇혀 있다
쓴 약도
아픈 주사도
이 병을 치료할 수 없어
날이 갈수록
증세는 더욱 깊어질 뿐이다
의사는
춘향의 목에 씌워진 형틀과 같으니
벗어날 생각 말라 한다
그냥 살라고
한마디 툭 던져놓곤
의자를 돌려 앉는다
[월간 문예사조 2013년 3월호에서 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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