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방울
권영상
갖고 싶은 꿈도 잊은 지 오랩니다
호박잎에 후두둑 떨어지는 성낸 소낙비는 더욱 아닙니다
후줄그레 젖은 장승 전주를 연결해주는
긴 줄에 살며시 매달려
잠시만이라도 잠시만이라도
그대 위해 그리움을 머금고
떨다가 떨다가
이름없는 신록의 잎새를 얼룩이는
이슬방울입니다
잊고 싶은 얼룩진 흔적의 추억도
어슴프레한 망각의 시간만 흐르고
연보라빛 수의처럼 고운 그대 영상 속으로
얼룩처럼 진한 인연도 물들이지 못하고
덧없이 덧없이
세월만 흘렀습니다
종영 시간을 마친 영화관 빈공간처럼
어수선한 내 주위엔
조금 전 화려한 은막 속 이야기처럼
잔뜩 잔뜩
티눈처럼 내 마음 속 새겨진 그리움들만
한없이 한없이
활개를 치고
못다 핀 아쉬움만 가득 남았습니다
안개꽃처럼 아스라이 닦아다 놓은 그대 젖은 손
잡아줄 열정은 식었지만
한없는 그리움은 넘쳐서 빈 동산에 찔레꽃처럼
모진 향기로 그대 곁에 외로이
안주하고 있나 봅니다
풀잎에 붙은 이슬방울입니다
[시집: 산여울에 피는 꽃에서 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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