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라진 아내
나는 바위 아래 숨어 버린
버들치 한 마리 기다린다
잡은 손 놓아 버리면 어디로 어떻게 튈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아이들 생각에
저문 산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듯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한 마음 일렁이는 걸
모르는 바 아니다만
엉거주춤 엉덩이를 흔들어도
높낮이 없는 노래를 불러 줘도
아내 입가에 필락 말락 웃음이 피지 않네
토라진 아내여
흐르는 물도 얕은 웅덩이 깊은 웅덩이를
다 채우고서야 앞으로 나아가지 않더냐
앵 토라지면 아내는
바위 아래 숨어 버린 버들치 한 마리.
김진환
[한국문예사조문인협회 2009년 사화집 시인의 자괴감(自愧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