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 곳은 채워지고
젊은 날 송사리 떼처럼
몰려다니던 친구들이 있었지
수시로 전화 걸어
잘 지냈느냐고 안부 묻던 친구
늦은 밤
술 한잔하자던 친구
크리스마스 즐겁게 보내라고,
가는 해 아쉽다고,
새해는 복 많이 받아라고
문자메시지 남기던 친구
e-mail로 마음에 와 닿는 좋은 글 보내며
친구가 그렇게 살아주길 바라던 친구
어느 때부턴가 모든 것이
나를 둘러싼 울타리처럼 느껴졌을 때
전화는 건성으로 받고
문자메시지는 답장 안 주고
e- mail은 휴지통에 버렸지
친구들이 떠난 자리에
다른 그 무엇이 찾아왔지
그것은 외로움이었어
친구들이 찾을 땐 몰랐었지
외로워서 나를 찾았다는 걸
외로움에 친구 찾던 목소리를
젊은 날 나는 왜 귀 기울여 듣지 않았는가,
외로움에 따뜻한 정이 필요했을 친구들
나는 왜 나의 정을 나누지 않았던 가
모두가 떠나고
외로움이 마음속으로 깊어질수록
친구의 따뜻한 정이 그립다
세월이 흐르고서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없는 지금에서야
후회를 하지
모두가 떠나고
흔적 없이 사라진 연기 같은 날 위에.....
친구의 하늘에다 머리를 두 번 조아린다.
김진환
[T,S 엘리엇 기념 문학상 수상작, 계간 문예춘추 2008년 봄호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