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한 시

아버지의 생각 한 그루

김진환 시인 2007. 6. 20. 21:00

아버지의 생각 한 그루

한 평생
흙만 일구다 가신 아버지
햇빛만 기다리시다 가신 게 아니라
구름을 기다리시고,
비와 바람과 어둠을 기다리셨다

내가 홀로 서기를 연습하는 동안
아버지께서 내게 별말씀 않으셨던 까닭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실패를 하면서 성공을 생각하고,
부족함을 느끼면서 존재의 가치를 깨닫고,
아픔을 겪으면서 건강의 소중함을 새기며,
행(幸)과 불행(不幸)의 뿌리가 하나인 것을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깨우치라 하심이었나보다.

내 아이의 마음 밭에 심어주어야 할

올바른 씨앗을 생각하는 지금에서야
내 마음 밭에서 싹 틔우고 뿌리내린 채 
아름드리로 튼실하게 터를 잡은 
아버지의 생각 한 그루 
내 나이테만큼 살아서 내게

깨달음을 주고 있었네.

김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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