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한 시

상사화

김진환 시인 2021. 8. 17. 15:55

상사화

 

한 철 싱싱하던 푸른 잎사귀 가뭇없이 사라진 자리 

뾰조롬히 싹 내밀고 조금씩 키를 키우던 여린 꽃대궁 

잎을 향한 연정 절정으로 치닫는지

꽃봉오리 하나 붉은 속살로 부풀어 올라 몸을 푸는 중이다

 

잎은 꽃을 보지 못하고 

꽃은 잎을 만나지 못하는 애틋한 운명

명치에서 목젖까지 그리움이 차올라 울컥하는지

꽃대궁 목을 빼고 산들바람에 두리번거린다

 

꽃송이 속 길게 뻗은 꽃술에서

왈칵 쏟아내는 비늘줄기 속 그리움의 시간들

이룰 수 없는 사랑, 가슴앓이여

붉은 꽃잎에 잎잎이 스미었구나

 

이제 만날 수 없는 옛집 장독대 옆 작은 꽃밭 

그리운 얼굴들 

그 꽃밭에 피던 어여쁜 상사화 피어

상사화 뜻 몰라도 예쁘기만 하던 어린 시절로

어느새 꿈결인 듯 돌아가 있네.

 

[詩하늘 2022가을 107호]

'발표한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사랑  (0) 2021.11.02
고향 생각  (0) 2021.07.25
친구 생각  (0) 2021.03.22
석곡  (0) 2021.02.28
노숙(露宿)  (0) 2020.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