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한 시

봄은 담장 위의 동박새처럼

김진환 시인 2013. 12. 4. 09:46

봄은 담장 위의 동박새처럼 

울안에 영춘화 피어서 봄이 왔다
담장 위에 동박새 앉았다 갔다

봄바람에
저요 저요 하고 내미는 어린 얼굴들 
궁금한게 많은지 가만있질 못한다 

배꽃 향기 번지는 공기 속을 헤적이는 
흰 나비 한 쌍의 날갯짓이 바쁘다

한 사내가 배꽃 속으로 들어간다 
우듬지에 매달린 배꽃이 흔들린다 

대문 앞에서 기다리던 팔순 노모처럼
흰 꽃들이 바람 따라 찡그리다 웃는 사이 

그렇게 우리의 봄은 
담장 위 동박새처럼 잠시 왔다가 갔다.

 

김진환 
[월간 문예사조 201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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