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담장 위의 동박새처럼
울안에 영춘화 피어서 봄이 왔다
담장 위에 동박새 앉았다 갔다
봄바람에
저요 저요 하고 내미는 어린 얼굴들
궁금한게 많은지 가만있질 못한다
배꽃 향기 번지는 공기 속을 헤적이는
흰 나비 한 쌍의 날갯짓이 바쁘다
한 사내가 배꽃 속으로 들어간다
우듬지에 매달린 배꽃이 흔들린다
대문 앞에서 기다리던 팔순 노모처럼
흰 꽃들이 바람 따라 찡그리다 웃는 사이
그렇게 우리의 봄은
담장 위 동박새처럼 잠시 왔다가 갔다.
김진환
[월간 문예사조 2013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