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맥도날드 할머니 용기 잃지 마세요.

김진환 시인 2011. 7. 31. 21:30

맥도날드 할머니 용기 잃지 마세요.
 
   오늘 인터넷에 떠도는 맥도날드 할머니에 관한 글을 읽었다. SBS '당신이 궁금한 이야기'에서 소개된 내용도 함께 읽었다. 사람 사는 세상엔 우리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수많은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 맥도날드 할머니 이야기도 사람 사는 세상의 수많은 사연 중 하나일 것이다. 맥도날드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당신이 궁금한 이야기'를 통해 어느 정도 알려진 것으로 보인다. 맥도날드 할머니란 별칭은 이 할머니가 맥도날드 매장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서 언론에서 붙였던 것으로 보인다.
   
   과거 맥도날드 할머니가 가정 형편이 어려운데도 엄마로부터 분에 넘치는 대우를 받았고, 상대적으로  나머지 가족들이 힘들었다는 이야기이며, 대학을 나오고 외무부에 근무한 적이 있는 인텔리 여성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할머니의 과거 삶이 뭐 그리 중요한 것인가? 과거의 삶은 과거 할머니의 삶과 연관된 사람에게 맏겨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할머니는 지금 삶의 방식대로 20여 년간이나 살아왔다고 한다. 이 오랜기간 할머니의 삶을 누군가가 갑자기 자신의 기준에 맞춰 확 바꿔버릴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한 생각이 든다. 

   앞으로 70이 넘은 할머니의 남은 생이 그리 길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분의 삶에 너무 깊게 관여하려던 한 가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기사의 제목을 보면 [맥도날드 할머니, 이O필의 善을 惡(?)으로 갚다.] [도우려다 실명할 뻔" 가수 이O필, '맥도날드 할머니'에게 폭행당해] 등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있다. 본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선의로 할머니를 도와주려 했는데 할머니가 거부하는 과정에서 할머니가 우산으로 폭행했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가수를 만나기 전엔 가수를 폭행할 의사가 전혀 없었을 것이다. 도움을 거절하는데도 계속 할머니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하는 가수에게 할머니는 순간 화가 치밀어 우산으로 폭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40대 후반의 남자가 70대 초반 할머니 한테 폭행을 당하다니 순간 믿기지 않았다. 도대체 건장한 남자가 왜 제대로 방어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떠 올랐다. 도움을 주고자 했던 가수는 선의라고 표현했지만, 상대의 심기를 건드려 화가 치밀 때까지 밀어붙였다면 이는 잘못된 행동으로 보인다. 한 가수의 지나친 행동이 힘없는 한 할머니를 폭행을 행사한 나쁜 할머니로 세상에 비쳐질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굳이 할머니께 진정으로 도움을 주고자 했다면 언론이나 정부 기관을 통해 도움을 주는 것이 현명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개인의 지나친 관심이 70이 넘은 할머니가 폭행을 행사한 나쁜 사람으로 비치게 하지는 않았는지? 한번 자문해 볼 일이다.

   사람마다 자신의 삶이 있다. 누군가의 잣대로 타인의 삶을 재단하지 말아야 한다. 타인이 법과 상식에 반하는 삶을 산다면 법과 상식이 그 삶을 제한하고 통제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 개인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즉 선의던 아니던 타인의 삶에 끼어드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행동이다. 이유야 어쨌던 할머니의 폭행이 잘못인 것은 분명하다. 어쩌면 힘 없는 할머니가 죄어드는 심리적 압박감에 최후의 정당방어 수단으로 우산을 휘둘렀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먼저 폭행의 빌미를 제공한 사람의 잘못이 크다. 지금이라도 할머니께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빌어야 할 것으로 본다. 그래야만 할머니 생활이 어느정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자신의 신념을 무지막지하게 밀어부치려는 사람은 참 무서운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이 글을 읽는다해도 또 다른 반대 논리로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나만의 기우일까?

   할머니가 이 글을 읽으리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맥도날드 할머니 용기 잃지 마시고 자신의 삶을 떳떳하게 살아가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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