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봄비 내리는 날의 단상

김진환 시인 2010. 2. 26. 10:57

봄비 내리는 날의 단상
 
어젯밤부터 봄비치곤 꽤 많은 양이 내리고 있다.
2월에 내리는 비지만 입춘이 지난 지도 20여 일이나 지났으니 이번 비를 봄비라 불러 주는 것이 좋겠다.
겨우내 움츠렸던 벚나무 가지도 이번 비로 푸릇한 기운이 감돌 것 같다.
어린 젖망울처럼 몽오리져 있던 꽃망울도 좀 더 부풀어 오를 것 같고.
비라고 해서 마냥 좋을 수많은 없지만,
오늘은 비가 우리에게 주는 좋은 것만 생각하기로 하자.
설렁설렁 내리는 비를 멍하니 바라보다 아내한테 한 마디 건넸다.
"이런 날 바닷가에서 너울너울 몰려오는 파도나 보고 있었으면 좋겠다." 했더니
아내는 "무슨 소리. 별스런 소리 다 하네. 이런 날 조용한 카페에 앉아서 차나 한잔했으면 좋겠구먼." 한다.
오늘 내리는 비는 부슬부슬 내리니 부슬비라 불러야겠다.
빗방울이 이슬비보다는 굵지만 빗줄기가 가늘어서 가랑비라 해도 좋겠다.
봄밤에 내리고 있으니 봄밤비라 해도 좋을 것 같다.
해토머리 봄날에 알맞게 내리고 있으니 단비라 불러주는 것도 괜찮겠고.
비 내리는 봄밤에 술 생각이 파전 위 김처럼 모락모락 나는데 친하게 지내는 동생과 형이 술 한잔하자고 전화가 왔다.
오늘 술은 알맞게 오는 비처럼 알맞게 하고 와야겠다.

 

by h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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