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안 축구공
저수지 안에
낡은 축구공이 한가로이 떠 있다
보물이라도 만난 듯 찬찬히 살펴보는데
실밥이 터져 가죽이 삐죽 불거져 있다
누군가의 발길질에
참 모질게도 차였던 모양이다
잔물결에도 욜랑욜랑 흔들리는 축구공
저수지 안에 들어와서야
저 혼자만의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는 축구공 앞에 쪼그려 앉아 턱을 괴고
눈 감고도 훤히 그릴 수 있는
형편없었던 내 삶의 궤적을 쫓는다
그리고 아직 축구공 속에 남아있을
얼마간의 공기를 생각한다
축구공이 축구공일 수 있게 하는
마지막 공기
물속에선 새우들이
축구공을 톡톡 차면서 장난질이다.
김진환
[한국문학방송(DSB)문인글방 작품선집 제1집 '반딧불의 서정'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