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여덟에 다시 입는 청바지
몇일 전에 청바지를 하나 샀다. 몇일 입어 보니 정말 편했다. 그래서 다시 한 벌을 더 샀다.
이십 여년 전에 청바지를 입어 보고 처음 입는 청바지다. 청바지란 원래 진(Jean)이라는 직물에서 시작되었다. 올이 가늘고 질긴 능직면이 바로 진이다.
청바지는 천이 두껍고 뻣뻣하기 때문에 입는데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 청바지를 사 입지 않았다. 굳이 청바지를 입을 필요성을 못 느껴서 이기도 하다.
직장 생활을 할 때도 양복 몇 벌만 있으면 되었기 때문이다. 주유소를 운영하면서도 작업복의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작년 봄부터 주유소 경기가 불황이더니 가을엔 같이 일하던 소장마저 그만 두었다. 어쩔 수 없이 현장 일을 직접 챙기는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홈로리로 난방유나 공사장 배달도 직접하기로 마음 먹고 면으로 된 작업복을 샀다.
면으로 된 작업복은 생각보다 불편했다. 좀 더 편한 작업복이 없을까 하고 생각 하던 차에 아내가 청바지를 사 입어 보라고 얘기 했다.
아내는 청바지를 즐겨 입는 편이다. 그래서 청바지가 몇 벌 된다. 나는 옛날의 그 투박한 청바지만 생각하고 아예 입어 볼 생각도 해 보지 않았다.
아내는 내게 요즘 나오는 청바지는 옛날과 달리 사방 스판으로 만들어져 굉장히 편하다는 것이다. 어차피 작업복이 필요한 지라 한 벌을 사서 입었다.
그런데 입어 보니 신축성과 촉감이 옛날 것 보다 다르게 매우 좋았다. 그날 저녁에 청바지를 입고 있으니 학교에 갔다온 딸애가 한 마디 던진다. "아버지, 청바지를 입으시니 훨씬 젊어 보이시네요." 한다. 정말 그런가 싶어 거울 앞에 다시 서 보았다.
내가 보기에도 좀 젊어져 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젊었을 땐 육체 노동을 하지 않다가 나이가 들어서 육체노동을 더 많이 하게 될 줄이야. '그래 이왕 이렇게 된 바에야 열심히 하자. 나라고 못 할 것도 없지 뭐. 청바지가 원래 육체노동자들이 즐겨 입던 옷이 아니더냐. 나도 이제 육체노동자가 된 바에야 육체노동자 다운 옷을 입어야지.' 하고 마음을 다 잡는다. '열심히 하다 보면 팔뚝에 람보 같은 멋진 근육도 생기겠지. 청바지를 입으니 젊은 기분도 들고 좋네 뭐. 나이 마흔 여덟에 청바지도 괜찮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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