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감 생각

김진환 시인 2018. 11. 22. 21:01

감 생각

 

 

올해엔 감이 유독 많이 달린 것 같습니다.

늦가을 감잎이 하나둘 떨어진 뒤 감나무에 매달린 감을 보면 참 먹음직스럽습니다.

누구에겐가 감을 따 먹을 수 있는 행운이 주어진다면 참 좋겠지요.

하지만 그럴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습니다.

올해는 내게 그런 행운이 몇 번 왔습니다.

단감을 감나무에서 따 먹을 수 있는 행운이었지요.

싱싱한 감은 달고 아삭아삭하니 식감이 정말 좋습니다.

이 맛은 감을 수확하는 농부만이 가질 수 있는 기쁨일 것입니다.

또 대봉감 홍시는 또 얼마나 달달 한지요. 

말랑한 홍시를 한 입 베어 물면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립니다.

별로 씹을 것도 없어요. 호로록하면 목 안으로 스르륵 넘어갑니다.

곶감 만드는 감도 서리가 내리고 홍시가 되면 달곰하니 맛있고

정말 식감이 좋아요.

이런 행운이 내게 찾아 왔지만, 감나무를 생각하면 한편으론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요.

꼭 돌아가신 부모님 처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아니 지금의 제 처지가 생각나서요.

어쩌면 저 감나무는 해마다 무성한 잎과 꽃을 피워 열매를 맺어야만 할 겁니다.

탐스럽고 먹음직스러운 감을 많이 매달지 못하면 

아마 농부는 쓸모없는 감나무라면서 밑동을 베어버릴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안 계신 부모님께서도 날마다 하루 같이 일을 해야 했지요.

늘 불만 투성이인 육남매의 불만을 어떻게던 들어주기 위해서 였지요.

지금의 나도 날마다 하루 같이 일을 해야 합니다.

대부분 짐작으로 아실 것 같아 더 깊은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습니다.

하루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뻔할 것 같아서요.

참으로 하루하루가 힘겨운 날입니다.

힘들어도 참고 견뎌내며 일을 해야 할 이유가 더 명확해집니다.

사랑하고 지켜야할 가족이 곁에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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