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
플라타너스/김현승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나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을 모르나
플라타나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에 올 제
호올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나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이
나의 영혼을 불어 넣고 가도 좋으련만
플라타나스
나는 너와 함께 신(神)이 아니다!
수고로운 우리의 길이 다하는 어느 날
플라타나스
너를 맞아 줄 검은 흙이 먼 곳에 따로이 있느냐?
나는 길이 너를 지켜 네 이웃이 되고 싶을 뿐
그 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이다.
-1953년[문예]초하호 발표-
늦가을 플라타너스를 보면 까닭 없이 허전하고 쓸쓸한 마음이 든다.
한여름 그 무성하던 이파리가 하나둘 숙명처럼 푸른색을 잃고 떨어져
내리는 모습이 우리 삶과 닮아 보여서 일 것이다.
대봉동 교정 운동장에도 꽤 많은 플라타너스가 있었던 걸로 기억된다.
늦가을 친구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뒤 집에 가기 싫어서 운동장에 남아
떨어진 플라타너스 잎과 열매를 주워 갖고 놀기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가로수로서의 가치가 떨어져서인지 은행나무와 메타세쿼이야에
가로수 자리를 내어주고 다문다문 한두 그루가 눈에 띄는 것 같다.
이 가을에 플라타너스를 보다 김현승 시인의 플라타너스 시가 떠 올라
다시 한 번 감상하고자 시를 올린다.
이 시는 플라타너스를 의인화하여 인생의 반려자로 삼아 생에 대한 고독과 우수,
그리고 꿈과 영원을 노래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내 생의 반려자로 무엇을 삼아 생에 대한 고독과 우수,
그리고 꿈과 영원을 함께 노래하며 한뉘를 살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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