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난을 키우기 시작한지가 22년 째다. 오랜 기다림 끝에 올해 드디어 꽃대가 올라오고 꽃잎을 열었다. 꽃이 소담스레 참 이쁘기도 하다. 거실 가득 채운 향기 또한 그윽하기 그지없다. 사실 이 난은 꽃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난일테다. 또 난 애호가가 봤을 때 보잘 것 없는 난일 수 있다. 그래도 오래 함께 해 온 세월 만큼이나 소중하게 생각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이 난의 이름을 알아보려 인터넷을 찿아 봤다. 잎의 생김새로 보아 동양란이다. 잎이 가늘어서 세엽이고 꽃이 일경다화로 피니 혜란의 한종이다. 잎이 철사처럼 단단하고 휘어져 있어 철골, 꽃은 설판에 별다른 무늬없이 연녹색만 있으니 소심. 그래서 이난의 이름이 [세엽혜란 철골소심 ] 이 적당한 것인가? 전문가가 보면 웃을 수도 있겠지만 나름 이렇게 난의 이름을 지어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라 할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