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군에 갈 때 입었던 아들 옷이 택배로 왔다.

김진환 시인 2011. 4. 9. 15:13

군에 갈 때 입었던 아들 옷이 택배로 왔다.

아들이 입대하고 아내가 아들 방을 깨끗하게 정리 해 놓았다.
무의식 중에 하루에도 몇 번씩 아들이 없는 빈 방을 들어다 보곤 했었다.
사람이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이 이런 때가 아닌가 싶다.

4월 5일 입대 했는데 군에 갈 때 입었던 옷이 우체국 택배로 오늘 왔다.
4일 만이다. 편지에 4월 5일 이라고 적어 놓았다.
입소 첫날 옷가지를 상자에 넣고 편지를 썼었나 보다.
4월 7일 자로 추신을 넣었으니 4월 7일 발송한 것 같다.
상자를 열고 아내가 옷가지를 챙긴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다.
상자 속에 카라멜 4개가 들어 있었다.
갈 때 먹어라고 사준 카라멜을 다 먹지 않고 남은 것을 보냈다.
카라멜을 보더니 아내가 "친구들 나눠 주던지 하지"하고 한 마디 던진다.
상자 속에 편지가 있어서 편지를 읽었다.
그냥 혼자 속으로 읽으려다 아내가 들을 수 있게 소리 내어 읽었다.
 몇 줄 읽어 내려가지 않았는데 딸애가 방에서 나오더니 "엄마 울어?" 하고 묻는다.
아내 얼굴을 보니 이미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는지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도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코끝이 시큰거렸다.
아침에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던 끝에 제수씨가 했다던 말이 떠올랐다.
"형님 옷이 올 때 많이 운다 하데예" 하더란다.
늘 곁에 있던 아들이 멀리 떨어져 있으니 어찌 보고싶지 않겠는가?
택배가 왔으니 혹시 컴퓨터를 이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해서
아들 싸이월드 홈피에 들어가 봤다.
역시나 새로 올라온 글이 없다.
입대하기전 올려 놓은 사진과 글들을 한참 들여다 보다 나왔다.
아직 컴퓨터는 쓸 수 없는가 보다.
오래전에 싸이월드에 회원가입하고 아들과 일촌을 맺어 뒀었다.
그 뒤로 들어가 볼 일이 없어 들어가 보지 않았었지만,
이제부터는 조인스 블로그보다 싸이월드에 더 자주 들락거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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