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 싶은 시

그 바다에 가고 싶다/박창기

김진환 시인 2020. 12. 4. 20:41

그 바다에 가고 싶다

바라지 않아도 저 홀로 출렁이다

멀리서 온 강물을 뜨거운 가슴으로 맞이하는

그 바다에 가고 싶다

우리는 모두 너무 기다렸다

기약할 수 없는 신기루들을 마냥 기다렸다

바다가 우리를 기다렸던 건

우리의 기다림만이 아니라

우리의 추억이었다

저 홀로 길을 내어 흘러가는 강물을 보라

추억이 함께 흐르지 않고서야

먼 길을 에돌아왔겠느냐

그리움에 목이 마르지 않고서야

샛 강물들을 불러 보았겠느냐

강물이 바다를 만나 마음껏 출렁이는 건

기쁨의 손뼉이다

기쁨의 광휘가 저물고 나면

추억은 되살아난다

추억 안아 들어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는

그 바다에 가고 싶다

 

[따뜻한 흉터 박창기 시선집 두엄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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