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주유소
주유소 운영에 집중하느라 몇 개월 동안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 않았었다.
주유소 운영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고충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십수 년을 이런저런 고충을 겪으면서 용케도 잘 견뎌 왔었다.
그중에 몇 가지 고충을 꼽으라면 첫째가 주유원 관리였고, 둘째가 가격경쟁, 셋째가 시설물 관리였었다.
주유원 관리나 시설물 관리는 운영자의 노력으로 그나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만,
가격경쟁은 거대한 자본과의 경쟁이라서 고충이 클 수밖에 없다.
거대한 자본과의 경쟁은 정말 살벌하다.
이건 정말 말이 안되는 불편한 경쟁이다.
요즘 주변 주유소 가격 정책을 보면 심각한 생각이 든다.
2012년인가 어떤 사람이 기름값이 묘하다며 알뜰이라는 이름을 가진 괴물 주유소를 만들어
주유소 간 기름값 경쟁을 부추긴 적이 있었다.
주유소 간 가격 경쟁은 심해졌고 주유소 이윤은 운영하기에도 벅찰 만큼 쪼그라들었었다.
그런데 지금의 가격 경쟁은 알뜰과 경쟁하던 시기보다 훨씬 더 심각한 쪽으로 변하고 있다.
먼저 가격 경쟁에 뛰어든 업체는 다수의 주유소를 가진 대리점 규모의 주유소 업자다.
자금력이 남들보다 조금 더 있다고 주변의 개인 주유소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낮은 가격으로 장사했다.
물론 이렇게 낮은 가격으로 장사한 대리점 주유소 소유주는 박리다매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로 인해 물량을 빼앗긴 개인 주유소는 지금 큰 타격을 받고 주유소 운영이 심각하게 어려운 상황이다.
4개 정유사도 다수의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쉽게 가격 경쟁을 하지 않는다.
이유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하고 있는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이에 더해 지금은 대리점 주유소보다 더한 괴물 주유소가 출현하고 있다.
지금쯤 가격 경쟁을 시작한 대리점 주유소 소유주도 벌벌 떨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름하여 재벌 혹은 그룹이라는 대기업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알뜰주유소나 대리점 주유소는 아예 경쟁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가격을 후려치고 있다.
이런 상태라면 조만간 전국 주유소는 모두 대기업이 운영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과잉 반응이라면 과잉 반응일 수도 있지만, 그동안 대기업이 뛰어든 사업을 보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대형 마트의 출현으로 동네 슈퍼가 사라져 갔고 대형 빵집의 공격으로 중소 빵집이 문을 닫는 걸 지켜 보았다.
머지 않아 동네 작은 주유소가 모두 사라져 갈 것이다.
가까운 곳의 주유소가 사라지면 먼 곳의 대형 주유소로 기름을 주유하러 가야하는 불편은 소비자의 몫일 것이다.
그땐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괴물 주유소들의 폭리가 시작될 것이다.
2016년 1월 8일
by h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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