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깜부기의 추억
[사진:
다음 에서 옮김]
보리깜부기의 추억
지나온 길 되돌아 보며 재미난 추억들을 기억해 보는 일은
누구에게나 즐거운 일일
것이다.
얼마 전 들길을 걷다가 보리밭을 만났다.
풋풋한 보리 내음에 코 끝이 찡해옴을 느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오리길
등하교 길에 만나는
보리밭은 우리들의 좋은 놀이터였다.
지금은 보리밭 보기도 힘들지만 60년대엔
2모작을 했었다. 적은
땅에서 좀더 많은
수확을 보기 위해 늦가을에 보리씨를 뿌리고
초여름에 수확을 했다. 그리고 그 논에다 벼를
심었다.
보리 키가 어느 정도 자라면 보리 피리도 만들어 불고,
고랑에 숨어서 숨바꼭질도 하고, 보리밭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튀어 나오며 계집애들을 놀래 주기도 했었다.
어쩌다 인적 없는 들길에서 혼자 길을 걷다가
마을
어른들이 들려 주던 '보리밭에서 문둥이가 애기를
잡아 먹었다'는 얘기를 떠 올리다가
누군가 자꾸만 뒤 따라 오는 것만 같아
무서움에 진땀을
뻘 뻘 흘리면서 무작정 집으로 뛰어 가던 일이 생각 난다.
햇살이 따가울 때 쯤 보리가 다 피고 나면 게
중에
깜부기병에 걸려 까맣게 변한 보리깜부기가 있었다.
동무들과 그것도 먹거리라고 하나 둘 따 모아
손에 쥐고 입에
넣어 씹다 보면 입술과 입언저리는
어느새 까맣게 변해 있었고 동무들은 서로 얼굴을
바라보다 그 모습이 우스워
깔깔대다가
동무들 얼굴에 보리깜부기로 짓궂게
마구 문질러 버리고 달아나곤 했었다.
보리 깜부기를 보고 옛 추억을 떠 올리며 생각에 잠긴다.
먹거리가 흔치 않던 그 시절에도 우리들만의 즐거움이
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