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한 시
초화화
김진환 시인
2020. 3. 13. 10:33
초화화
낯설지 않다 꽃분홍 다섯 잎
그 속 노란 수술 오밀조밀
초롱초롱한 암술 하나
나와 다정스레 눈맞춤하고 있다
설렌다는 말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꽃잎 열 때까지 기다림의 순간이 설렜었구나
나는 귀도 없는 초화화 앞에서
떨리고, 보드라운, 숨소리 들리는 거리에서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로 수다를 떨고
가녀린 꽃대 끝 초화화는 더욱 발개지고
이따금 가는바람에 몸 끄덕여 맞장구친다
꽃 핀다는 말 흘려들었는데
너를 보고 맘속 웃음꽃 피고서야
꽃 핀다는 거룩한 말 다시 새긴다
한 시절
우리에게도 아슬아슬한 꽃대궁 끝에 피워 올린
한 송이 초화화 같은 청춘이 있었기에.
[시하늘 97호 2020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