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 싶은 시

불만 때다 왔다/문태준

김진환 시인 2019. 1. 14. 19:58

 

 

불만 때다 왔다

                            문태준

앓는 병 나으라고

그 집 가서 마당에 솥을 걸고 불만 때다 왔다

오고 온 병에 대해 물어 무엇하리,

지금 감나무 밑에 감꽃 떨어지는 이유를

마른 씨앗처럼 누운 사람에게

버들 같은 새살은 돋으라고

한 계절을 꾸어다 불만 때다 왔다

[문태준 시집 <먼 곳> 창비시선 2012년 에서 담음]

 

[먼 곳] 시집을 읽고 나서 "불만 때다 왔다"란 시구가

오랜 시간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소생실에서 중환자실로 돌아온 어머니의 뼈만 남은 손을 잡고

속울음만 울뿐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던 때가 있었다.

초겨울 감기들린 어린 나를 위에 아궁이에 불을 지피셨던

어머니의 시래기처럼 거칠어진 손이 생각나는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