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한 시

햄스터

김진환 시인 2013. 12. 4. 09:47

햄스터
 
나는 투명 플라스틱 상자 속 햄스터
해바라기 씨를 까먹고
쳇바퀴를 잔머리처럼 돌리고
밖의 일에 쫑긋 귀를 세우고
사고는 상식에 갇혀 있는 왕관이다
주인이 세운 법을 어겨서는 안 된다
쥐목 비단털쥣과의 포유류
날아 봐야지
날개가 없다 
투명 플라스틱 상자 속에선
도무지 내일을 희망이라 할 수 없네
낮과 밤을 가리지 않는 외로움 
네 발로 털을 고르고
날 선 이빨로 플라스틱을 갉으며
고독에 길드는 일
낯설다
눈동자가 촉촉하게 서럽다
나는 손바닥 위의 위험한 햄스터
한시도 초원의 냄새를 잊은 적 없는.

 

김진환 
[월간 문예사조 2013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