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한 시
괘종시계와 나
김진환 시인
2011. 7. 24. 14:21
괘종시계와 나
잠에서 깨어나면 제일 먼저 쳐다보고
몇 번을 쳐다봐도 신기하기만 하던
아쉬워서 잠들기 전에 또다시 쳐다보던
어린 시절 안방 벽에 걸려 있던 괘종시계
초침이 분침과 시침을 분주하게 끌고 가는 동안
내 까치발 높이는 조금씩 낮아지고
괘종시계 소리는 변성기 목소리처럼
둔탁해져 갔었다
이따금 지친 듯 느린 소리를 끌고 갈 때면
느슨하게 풀어진 태엽을 탱탱하게 감아 놓고
졸음 깨우듯 불알 한 번 툭 쳐주면
또각또각 또다시 잘도 가던 괘종시계
사라진 게 언제였을까 까마득하지만
또각또각 가슴 속에 맥박인 듯 살고 있어
시계 밥 주라 하시던
아버지 목소리 들을 수 있네.
김진환
[한국문예사조문인협회 2008년 사화집 예혼(藝魂)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