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이름
가족이라는 이름
일을 보기 위해 차를 몰고 길을 나섰다.
편도 1차선 도로를 달리는데 까마귀 한 마리가 빠르게 달리는 차를 피해가며
전깃줄로 날아올랐다 다시 도로에 내려앉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지나치며 보니 도로 중앙선에 까마귀 한 마리가 널브러져 있었다.
형태로 보아 죽은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일을 마치고 다시 돌아오는 길에 죽은 것 같은 까마귀가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중앙선에 있던 까마귀는 누군가에 의해 길섶으로 옮겨져 있었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를 피해 위험을 무릅쓰고 바쁘게 날갯짓하던 그 까마귀가
죽은 까마귀를 차 바퀴가 닿지 않는 곳으로 옮겨 놓은 게 분명해 보였다.
진한 가족애가 문득 뇌리를 스쳤다.
까마귀는 겨울이면 무리 지어 이동하는 새다.
무리를 지어 사는 조직에선 무리에서 떨어진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일 것이다.
그 까마귀는 무리에서 떨어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면서도
죽은 까마귀를 두고 갈 수 없었나 보다.
아마도 그 까마귀는 죽은 까마귀가 살아나길 한참이나 기다렸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까마귀 집단은 리더가 없는 단순한 집합체로 알려져 있다.
오합지졸(烏合之卒)이란 말도 그래서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일을 보면서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튼의 동물기에 나오는 까마귀는 집단행동을 하며 대장 까마귀가 있다고 했다.
까마귀도 대장 까마귀가 있고 그 대장 까마귀를 중심으로 생활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족이란 어떠한 위험도 감수하고 지켜야 할 소중한 존재다.
요즘 가족 간의 좋지 않은 뉴스를 종종 접하기도 하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소수의 일에 지나지 않는다.
기쁜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하고, 좋지 않은 일이 있으면
함께 마음 아파하며 위로하며 살아가는 것이 가족이란 이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