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잡초가 들려 주는 이야기

김진환 시인 2009. 7. 25. 14:29

잡초가 들려 주는 이야기  
 
    지루한 장마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진다. 마당은 무성히 돋아난 잡초로 묵정밭처럼 변해 버렸다. 잡초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토끼풀 강아지풀 질경이 바랭이 민들레 등  저마다 생김새와 성질에 따라 이름 하나씩은 가진 귀한 생명이다. 단지 내가 원하는 곳에 있어야 할 생명이 아니어서 불편한 존재일 뿐이다. 그래서 풀들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난 이 불편한 생명을 솎아내야 한다.
   잎사귀 끝이나 대궁 끝을 쥐고 손아귀에다 힘을 주어 본다. 아니나 다를까 풀들이 쉽게 딸려 나오질 않는다. 힘을 더 세게 주자 잎사귀나 줄기가 끊어진다. 이게 아닌데 싶어 뿌리 쪽을 단단히 부여잡고 지긋이 잡아당긴다. 그래도 쉽게 뽑히질 않는다. 점점 더 힘을 세게 주고 잡아당기자 안간힘을 쓰며 버티던 풀들이 지쳤는지 결국 뿌리째 뽑혀 나온다. 뽑혀 나온 어떤 녀석은 흙 위로 나온 줄기보다 뿌리가 더 긴 것도 있다. 하나같이 뿌리가 뽑혀 나올 때 뿌리만 뽑혀 나오는 게 아니라 제 뿌리보다 더 많은 양의 흙을 단단히 움켜쥐고 나온다.
   풀들이 이야기한다. 그렇게 쉽게 생을 포기할 거라면 아예 싹 틔우고 뿌리를 내리지도 않았을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