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잘못된 글이 여러 사람 식겁시킨다
한 줄의 잘못된 글이 여러 사람 식겁시킨다.
며칠 전에 황당한 경험을 했다. 한 주유원이 내가 겪었던 일을 오늘 또 당했다고 이야기했다. 며칠 전 일이다. 주유소에 갑자기 차량이 몰려 와 일손을 도우러 나갔었다. 주유 금액을 확인하고 주유를 했다. 내가 주유 한 차는 경유차였는데 고급 차종이었다. 그때 운전석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손 떼세요." 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얼른 노즐에서 손을 떼고 한 발짝 물러났다. 그리고 무슨 일이냐고 운전자에게 물었다. 운전자가 하는 말이 가관이다. 방금 손으로 기름을 적게 들어가게 하려고 조작을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이런 황당할 때가 있나. 안 그래도 모 신문에 난 신문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 터였다. 노즐을 잡았다 놓았다 하면서 주유량을 적게 넣는다는 기사였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기사였다. 주유기 생산업자가 수년에 걸쳐 개발해 왔을 기계가 그렇게 간단한 조작으로 주유량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나는 노즐을 기름 주입구에 걸치고 일단(저속)-이단(중속)-삼단(고속) 순서로 작동을 시켰을 뿐인데 어이없는 일로 오해를 받은 것이다.
며칠 전부터 이런 손님들이 간혹 있다고 주유원으로부터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는 그러다 말겠지 했었는데 내가 직접 겪고 나니 황당하고 속 상했다. 고객은 쉽게 말을 뱉았는지 모르지만, 주유 하는 입장에서는 단순하게 생각하고 넘어갈 일이 아닌 것이다. 그 손님 때문에 온종일 기분이 나빴다.
주유시 노즐을 저속에서 고속으로 바꿀 때 딱딱 하는 소리가 난다. 운전자는 이 소리를 듣고 노즐을 잡았다 놓았다 하는 것으로 오해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노즐을 잡았다 놓았다 한다고 해서 주유량이 많게 들어가고 적게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 운전자는 이미 주유원과 주유소에 대한 불신을 갖고 주유소에 들어온 사람이었다. 내가 이런저런 상황이고 그렇게 쉽게 주유량을 속일 수 없다고 해도 오히려 더 버럭 화를 내었다. 정말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노즐에 손을 대는 것은 주유 시 유증기가 밖으로 배출되면서 자동 끊김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때에 따라서는 노즐을 다시 잡고 레바를 당겨 기름을 주유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런데 이런 손님의 심리 상태라면 주유원이 주유하기가 곤혹스럽다.
차 안에 어린 아이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가족들을 태우고 나들이 나온 것으로 보였는데, 아이들이 듣거나 말거나 그렇게 주유소를 불신 하며 괴성을 지르는 그 운전자가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처럼 주유소를 불신 하면서 어떻게 주유소에 들어가 마음 편히 주유를 할까. 주유기 노즐을 잡았다 놓았다 해서 주유량에 문제가 있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다. 문제가 있다는 것이 판명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렇더라'는 말만 믿고 확인되지 않은 일을 사실인양 믿어 버리는 일은 아주 위험한 생각이다.
그런데 이런 극성스런 운전자를 부추긴 한 사람의 확인되지 않은 글이 야속하기도 했다. 전후 사정이야 그 복잡한 심리상태를 당사자가 아닌 이상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가만 그 괴담을 퍼뜨린 사람이 순간 미워졌다.
아직도 인터넷상에 '주유원이 주유 중 노즐을 잡았다 놓기를 반복할 경우에 금액은 올라가는 반면 주유량은 최대 3ℓ 가량 주유되지 않는다'는 내용과 비슷한 글들이 돌아 다니고 있으니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분들은 꼭 진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갖고 주유소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분들을 욕되게 하는 일은 죄악이기 때문이다. 이런 분들은 진실을 확인하지 않으면 주유소에 들릴 때마다 마음에서 의심하는 병이 도져서 건강에 심히 해로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사람들은 본인이 직접 확인하지 않은 일이면 안 믿을 것이기에 어떤 경로를 통하던 직접 본인을 위해서라도 꼭 진실을 밝혀 보길 권한다.
세상엔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가 바람을 일으키고 구름을 몰고 다닌다. 눈에 보이지 않고도 존재하는 것이 어찌 바람 뿐이랴. 믿지 못하는 사람들은 바람의 희망을 갖고 한번 멋지게 파헤쳐 보시길 바란다.
여기에 "한국주유소협회신문"(2008년6월20일 금요일) 4면에 실린 기사를 소개한다.
인터넷 떠돌던 '주유소 괴담', 허위 사실로 확인
"노즐로 주유량 못 줄인다"
최근 인터넷 동호회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유포됐던 '주유소괴담'이 허구인 것으로 밝혀졌다. 주유소 괴담이란 '주유원이 주유 중 노즐을 잡았다 놓기를 반복할 경우에 금액은 올라가는 반면 주유량은 최대 3ℓ 가량 주유되지 않는다'는 내용. 근거가 희박한 이 내용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주유소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이에 따라 우리 협회는 국내 주유기 제작회사에서 사실 확인을 조회했다. 그 결과 3개의 주유기 제작회사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불가능한 일"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우리협회에 보내왔다.
우리 협회가 조회한 첫번째 문의 사항은 "주유기 레버를 당길 경우 주유는 중단된 채 금액 표시창에는 정상적인 금액이 표시될 수 있는지"였다.
여기에 대해 주유기 회사들은 "주유가 중단되면 금액 표시창은 동시에 그 기능이 멈추도록 연동돼 있으며 전혀 표시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두번째 문의 사항은 "주유기를 손으로 잡아주면 중간 중간 끊겨서 많게는 3ℓ까지 주유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지"였다. 주유기 회사들은 "형식승인인증 시 그러한 현상을 시험하고 주유기를 판매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실제 테스트한 결과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물리적 힘으로 주유기 호스를 잡거나 꺾으면 주유가 중단된 상태에서 금액만 올라갈 수 있는지"였다. 여기에 대해서도 "주유기 호스는 힘을 줘도 물리적 변화를 줄 수 없다"고 주유기 회사들은 회신했다.
결국 주유소 괴담은 현실에서 발생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중앙회는 각 지회를 통해 이를 전달하고 언론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알리는 한편 괴담을 퍼뜨린 사람에 대해서는 허위 사실유포 등으로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이상은 한국주유소협회신문에 난 기사다.
이번에 이런 일을 겪음으로 인해 몇 가지 느낀 점이 있다.
그중에 하나는 인터넷과 언론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가를 새삼 느꼈다.
그리고 또 하나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사실인 양 이야기 한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를 깨닫는 기회가 되었다.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나로서는 이런 일로 마음 상할 일이 그리 많지는 않다만 그래도 참 소중한 경험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