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한 시

자동세차기

김진환 시인 2008. 5. 16. 00:20

자동세차기

십 년이 넘은 자동세차기가
더러워진 차를 끌어안고 돌아간다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불안정한 소리
환갑을 넘기신 아버지께서 뱉으시던
마른기침 소리인 듯 신경이 곤두선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차를 닦았을까
축이 닳아 비뚤거리며 돌아가는 브러쉬
들일 나가셨다 돌아오셔서
아이고 어깨야,
허리야,
무릎이야 하시며
탄력 잃은 몸 뒤척이시던 밤
아버지의 관절도 저렇듯 닳았었나 보다 
버튼만 누르면 
또 다시 돌고 돌아가는 자동세차기 
자식들 앞길 반듯하게 닦으시려 
날마다 들로 일 나가셨을 우리 아버지
닳은 관절이 내는 신호음 쓸쓸하였을 텐데 
미리내 건너가신 그곳에서 
또 얼마나 많은 별을 닦고 계시기래
별들이 저렇듯 초롱초롱 한가.  


김진환

hello 200805